인천공항 제1터미널
한국 기준으로 23년 12월 12일 화요일 새벽 6시 반경, 출근 전 나를 배웅해 준 댕댕이 덕분에 아주 여유롭게 도착해 체크인하러 입장했다. 나의 여정은 아시아나 항공을 타고 뉴욕까지 간 후, 뉴욕에서 아비앙카를 타고 보고타로 가는 것이었다. 24시간 전 모바일 체크인을 했고 아시아나 셀프 체크인 기계를 통해 종이 티켓 발권완료. 셀프 백드롭을 하려고 하였으나 왜 때문인지 안된다고 해서 다시 줄 서서 수화물을 보냈다.
사전에 인천공항 스마트패스에 인증을 해놓아서 출국게이트 3번으로 갔더니 스마트패스 줄만 아무도 없어서 나만 프리패스 성공했다. 얼굴만 한 번 보여주면 알아서 문 딱 열어주고 짐검사 후 자동출국수속을 끝냈다. 아시아나 수화물 보내는 것만 빼면 생각보다 빠르고 원활하게 척척 진행되어 나 뿌듯했더랬지.
전날부터 밤까지 짐싸느라 출출했던 나는 마티나 라운지 동편에 아침 7시 25분쯤 갔는데 북적북적해서 놀랐다. 그래도 다행히 대기 없이 입장이 가능했고 생각보다 먹을 게 많아서 아침인 것을 감안하여 3 접시와 시리얼, 요구르트, 토레타 1캔, 커피 한 잔 마시고 아침 식사를 마무리하였다. 팀원들이 살 빠져서 오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살이 찌고 가겠다 싶었다. 머쓱.
인천공항 정말 오랜만에 오는데 여긴 진짜 노숙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을 새삼한다. 너무 쾌적하고 눕기도 좋다.
출국 직전 뒤늦게 콜롬비아 전자 입국 신고서 checkmig를 작성하는데 계속 오류가 떠서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다가 초조함이 극에 달했는데 이륙하기 5초 전에 완료해서 빠르게 비행기 모드로 전환했다.
아시아나 타고 인천공항에서 뉴욕까지
인천에서 뉴욕까지는 실로 어마어마한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엉덩이 아프고 허리 아프고 이제 장거리 비행을 이코노미로 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거리 비행은 사육을 당하는 것이 진리이니 당연히 복도석으로 좌석을 지정했고 옳은 선택이었다. 3자리 중 중간 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았고 창가석에 앉은 외국인 남자 사람은 정말 내내 먹고 잠만 자고 화장실도 한 번 안 가서 인형인 줄. 나는 가끔 일어나서 엉덩이 쥐 나는 것도 풀어주고 화장실도 눈치 안 보고 가고 대행사 드라마도 정주행 하면서 그럭저럭 버텼다.
기내식은 치킨 어쩌고와 쌈밥 중 택 1이라서 나는 쌈이 먹고 싶어서 이거 주문하고 고기는 다 남겼지만 쌈이랑 계란말이, 우거짓국, 김치로 밥은 다 먹었다. 라운지에서 그렇게 먹고 왔지만 계속 들어가.. 커피도 계속 마시고 주스도 계속 마시고 이상하게 탄산이 너무 당겨서 스프라이트에 얼음 추가까지 해서 야무지게 먹었다. 외국인을 위해 쌈밥 먹는 방법도 들어있는게 귀여웠다. 기내식과 기내식 사이에 냉동 피자를 간식으로 줬는데 의외로 맛있어서 또 얼음 동동 스프라이트와 순식 했다.
다음은 치킨 앤 라이스 혹은 쉬림프 앤 볶음밥이라길래 당연히 후자를 선택했고 모닝빵은 맛이 없었지만 과일, 요플레까지 맛있게 잘 먹었다.
미국 경유 시 ESTA 입국심사/출국심사
뉴욕 존에프케네디 공항에서 터미널 변경을 해야 했는데 나가자마자 공항직원인 줄 알았던 사람에게 낚여서 사설 택시를 타게 되었다. 아비앙카 셔틀이라고 무료라고 말했지만 기사는 나에게 돈을 요구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속았나 싶고, 원래 이런 거 잘 안 속는데 악명 높은 긴 환승시간을 자랑하는 미국이었기에 너 빨리 가야 해! 늦었어! 이 말에 순간 판단력이 흐려졌었다. 내가 원해서 택시를 탈 수는 있지만 속아서 낼 수는 없었다. 나는 무료인 줄 알았고, 돈을 낼 수 없으니 출발지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택시 기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도착지에 나를 그냥 내려주고 갔다. 다행히 오히려 좋아 상황이 되어 빠른 시간에 편한 터미널 이동을 하게 되었지만 사실 이런 대처는 위험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다. 여행에서는 언제나 눈 뜨고 코 베일 수 있으니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단지 경유하기 위해 4시간 30분을 머무를 뿐이었지만 ESTA 비자 발급도 입국심사도 받아야 했다. ESTA 비자 줄이 따로 있었는데 줄을 빨리 섰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당 시간이 꽤 걸려서 괜히 긴장되었는데 특히 중국인들의 심사가 긴 것으로 보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예상과 달리 심사관은 딱딱하지 않고 편하게 나를 대해주었고 미국 경유 목적, 이동할 여행지 정도만 형식상 확인했다. 여행으로 왔다고 하자 스페인어 할 줄 아냐고 물어서 잘 못한다고 했더니 농담도 하고 내 여행을 응원해 주며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쿠바 경유 이력이 있어서 조금 신경 쓰였는데 따로 언급하거나 문제 삼지 않았다.
문제는 짐검사에 있었는데 입국심사 보다 짐검사를 꽤나 철저하게 했다. 신발까지 벗어서 레일에 올려놓아야 했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다시 확인했다. 내 가방도 한 번 더 스캔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노트북 때문인 듯했다. 다시 확인 후 문제가 없어서 드디어 통과.
뉴욕 존에프케이디 공항은 좌석마다 팔걸이가 있어서 노숙하기에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좌석마다 충전 USB포트와 콘센트가 많아서 충전하는 데 있어서는 편리했다.
이윽고 미국을 경유하여 아비앙카 항공을 통해 남미의 첫 도시인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로 향했다.
밤이 되어서야 도착하는 콜롬비아 보고타. 보고타는 동선상 어쩔 수 없이 들리게 된 도시라 밤에 자고 다음 날 하루 둘러본 후 에콰도르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콜롬비아 입국심사도 간단하였지만 질문은 있었다. 일본이나 동남아, 유럽 등 형식적인 질문도 생략된 자동입국 심사에 익숙해졌는데 여긴 은근 질문들을 해서 괜히 긴장되었다. 그러나 역시 트집 잡기 위한 심사라는 느낌 없이 체류 기간, 방문 목적, 다음 목적지, 다음 목적지 이동 방법 등에 대해 묻고 역시나 스페인어는 할 줄 아냐고 물었다. 역시나 잘 못한다고 하자 응원해 주셔서 웃으면서 심사를 마쳤다.
이제 수화물만 찾아서 호텔로 가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디서든 눈에 딱 들어오는 내 캐리어가 안보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보이지 않던 내 수화물, 아비앙카 사무실로 가서 문의하니 내 캐리어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아마도 뉴욕공항에 남겨진 것 같다고 말했고 수화물 분실에 대한 서류를 작성했다. 내 캐리어를 찾으면 메일이나 왓츠앱으로 연락을 주고, 호텔로 보내준다고 했는데 나는 다음날 에콰도르 과야킬로 떠나야 하고 그 후에 갈라파고스로 다시 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배송 전 연락을 해서 배달 지를 변경해서 보내주겠다고 답했다. 남미에서 수화물 지연, 분실이 잦은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내게 적용될 줄이야, 이게 이번 다사다난한 내 여행의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건 일도 아닌 일이었다는 것..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 왔는데 작은 배낭 하나 메고 공항을 나섰다. 나는 로밍을 하지도 않았고 하루 머무는 콜롬비아 유심을 살 계획이 없었다. 그래서 공항와이파이를 이용하여 호텔까지 우버를 불렀고 공항을 떠날 수 있었다. 택시가 더 저렴하지만 남미 치안이 안 좋다는 우려가 하도 많아서 비싸더라도 우버 타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로 돈을 쓰기로 했다. 우버는 등록한 카드 결제를 통해 기사의 신원이 보증되니까 안전하다고 했지만 처음엔 긴장해서 이동 경로를 구글맵을 통해 계속 확인했다. 참고로 데이터 로밍이 되지 않더라도 구글맵의 오프라인 지도나 맵스미를 사전에 다운로드하여두면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니 활용하면 편리하다.
보고타 숙소 위치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는데 관광하기에 센트로 지역이 편하지만 치안이 안 좋다는 평이 많아서 우버 비용을 감수하고 센트로와 거리가 있지만 안전한 동네에 숙소를 예약했다. 체크인 후 타도 되는 건지 불안 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안내받은 방으로 갔는데 누가봐도 흐트러진 침구류와 널부러진 수건으로 미뤄봤을 때 청소를 안한 룸이었다.
다시 카운터로 가서 말하자 방을 바꿔줬는데 처음 방보다 나빴지만 너무 지쳐서 따질 기운도 없었다. 일단 폰과 애플워치 충전부터 하자 싶어서 가방을 열었는데 멀티콘센트가 캐리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쩌지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호텔 프런트로 물어보니 돼지코를 빌려줘서 충전할 수 있었다.
샤워를 했지만 갈아입을 옷도 없었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입었던 옷을 다시 입었다. 남미는 드라이기가 없는 숙소가 많다고 들었는데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드라이기도 없었다. 여긴 어디고, 난 누굴까. 사서 하는 고생인 줄 알면서도 선택한 건 나지만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호텔 와이파이를 통해 내 안전을 염려할 한국에 있는 내 사람들에게 도착했음을 알리고 오랜만에 타국의 침대에 몸을 뉘었다.
나는 언제까지 이 단출한 짐으로 여행을 해야 할까, 내 수화물은 어디에 있을까, 언제 올까, 생각들이 연쇄적으로 들었지만 예상했던 일중의 하나라 그런지 크게 당황하진 않았다.
시차 때문인지 오랜만에 여행지에 와서 인지 낯설어 잠이 들지 않았고 아비앙카 앱에 들어가 보니 내 짐은 여전히 찾는 중이었다. 웬만하면 갈라파고스 갈 때는 가지고 가고 싶었는데 짐이 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쇼핑을 가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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